가족 간 돈거래, 차용증 하나 안 썼다가 세금폭탄 맞는 이유
“엄마, 나 급하게 3천만 원만 빌려줘.” 이 한 마디로 시작된 돈거래가 몇 년 뒤에 세무서 우편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부모 자식 간, 형제 간에 오간 돈이 나중에 상속이나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다시 들춰지면서 갑자기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 생각보다 자주 벌어집니다.
저도 예전엔 “가족끼리인데 뭐 어때”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건 지켜보니 국세청 입장은 완전히 다르더군요.
특수관계 가족 간 금전 거래는 원칙적으로 증여로 의심하고 시작합니다. 억울하게 세금 내지 않으려면 오늘 이야기,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왜 가족 간 돈거래는 일단 ‘증여’로 의심받을까요?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남남이면 돈 빌려주고 안 갚으면 소송까지 가지만, 가족끼리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세법은 이 점을 세금 없이 재산 넘기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둡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에서는 재산을 취득한 사람의 나이, 직업, 소득, 재산 상태를 봤을 때 스스로 그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가족에게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빌린 거예요”라는 말만으론 부족하고, 그걸 입증할 책임은 돈을 받은 사람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제일 냉정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내가 아니라 내가 증명해야 하니까요.
특히 이런 경우 증여로 추정되기 쉽습니다.
- 차용증 같은 서류가 아예 없는 경우
- 이자를 전혀 주고받지 않거나 적정 수준보다 훨씬 낮은 경우
- 원금이든 이자든 실제로 갚은 기록이 전혀 없는 경우
- 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이나 재산으로 볼 때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어 보이는 경우
하나만 걸린다고 바로 문제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여러 개가 겹칠수록 “이건 그냥 증여네”라고 판단할 근거가 쌓이는 셈이에요.
차용증, 어떻게 써야 진짜 효력이 있을까요
“그냥 차용증 하나만 써두면 된다더라”는 말, 많이들 하시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형식만 갖춘 종이 한 장으론 부족하고, 내용과 실제 이행이 같이 뒷받침돼야 인정받습니다.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최소한 아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 빌리는 금액과 빌려주는 날짜
- 이자율 (무이자인지, 몇 %인지)
- 언제까지 갚을 것인지(변제 기한)
- 어떤 방식으로 갚을 것인지(매달 분할 상환인지, 만기 일시상환인지)
여기에 더해 작성 날짜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도록 공증을 받거나 확정일자를 받아두면 신뢰도가 훨씬 올라갑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등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금전대차계약서 양식도 있으니, 처음이라 막막하면 참고해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게 진짜 핵심입니다. 계약서를 아무리 잘 써도 실제로 이자와 원금이 오간 기록이 없으면 소용없어요.
계좌 이체로 주고받고 내역을 잘 보관해두세요. 현금으로 오가면 나중에 입증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겪어보니 이 기록 있고 없고가 결과를 가르더군요.

무이자로 빌려줘도 괜찮을까? 적정 이자율의 함정
여기서 많이들 헷갈려하십니다. “무조건 이자를 받아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현재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적정 이자율은 연 4.6%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이자로 빌려주면, 이 4.6%를 적용했을 때 발생했을 이자만큼을 ‘증여받은 이익’으로 봅니다.
다만 이 금액이 연간 1천만 원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아요.
계산을 거꾸로 해보면 원금이 얼마까지는 무이자로 괜찮은지 나옵니다. 1천만 원을 4.6%로 나누면 약 2억 1,700만 원.
이 금액 이하면 이자를 한 푼 안 받아도 증여세가 붙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한도 안이라도 원금 자체는 실제로 상환돼야 인정받는다는 점, 잊지 마세요.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경우라면, 적정 이자율(4.6%)로 계산한 이자와 실제로 받은 이자의 차이가 연 1천만 원을 넘지 않게 설계하는 게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표에서 보시듯 원금이 커질수록 무이자 대여의 부담도 같이 커집니다. 큰 금액을 빌려줄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적정 이자를 주고받는 구조로 짜는 게 마음 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애매하게 무이자로 끌고 가느니 명확한 이자 구조가 뒷탈이 없더군요.
이자를 주고받을 때 챙겨야 할 세금 처리
이자를 받기로 했다면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개인 간 이자 거래에도 세금이 붙거든요.
이 부분을 놓치는 분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개인 간 돈거래에서 이자를 지급할 때는, 이자를 주는 사람이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해서 신고·납부해야 합니다. 세율은 이자소득세 25%에 지방소득세 2.5%를 더해 총 27.5%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상황이라면, 자녀가 이자 금액의 27.5%를 떼고 나머지만 지급한 뒤, 그 다음 달 10일까지 세무서에 신고·납부하는 방식이에요.
이자를 받는 부모님 입장에서도 받은 이자 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뭘 그렇게까지” 싶겠지만, 이걸 제대로 안 챙기면 나중에 원천징수 누락으로 가산세가 붙습니다.
번거로워도 짚고 넘어가는 게 낫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상황들
말로만 들으면 “설마 우리 집이” 싶으실 텐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특히 부동산 살 때 가족 도움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본인 자금이 부족해 부모나 형제에게 돈을 빌리고 대출까지 더해 집을 사는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가족에게서 빌린 돈이라면 그 사실을 명확히 기재하고 차용증도 함께 첨부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차용 사실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편법 증여로 의심받아 국세청 통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많이들 놓치는 게 상환 능력입니다. 소득이 거의 없는 자녀에게 몇억 원을 빌려주는 형태로 계약서를 써도, 애초에 그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처음부터 증여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용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예: 10년 이상) 잡는 것도 “사실상 갚을 생각이 없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삽니다. 이 지점이 은근히 함정이에요.
참고로 상속이 발생하면 세무서는 피상속인의 계좌를 상당 기간 거슬러 올라가며 조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오간 가족 간 자금이 다시 문제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 잠깐 빌려준 돈”이라도 기록을 남겨두는 습관이 결국 서로를 보호합니다.

형제 간, 부부 간 돈거래는 다를까요?
부모 자식 간뿐 아니라 형제 간, 부부 간 돈거래도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법상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가족 사이의 금전 거래라면 모두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형제 간 차용은, 예를 들어 부모에게 이미 증여받은 형제가 다른 형제에게 별도로 돈을 빌리는 상황이라면 각각 독립된 거래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렇다고 무이자로 무한정 빌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 앞서 말한 적정 이자율 기준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혼인 전에 주택자금을 주고받는 경우도 문의가 종종 들어옵니다. 혼인신고 전이라면 배우자 공제가 적용되지 않아서, 보수적으로 접근해 차용 형태로 정리해두는 게 안전하다는 의견이 많아요.
이처럼 관계나 시점에 따라 세부 판단이 달라지니, 금액이 크거나 애매하면 세무 전문가와 미리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이것만은 챙기세요
세금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가족 간 신뢰 문제예요.
돈 문제로 사이 틀어지는 가족, 생각보다 많습니다.
돈을 빌려줄 때는 세법 요건을 갖추는 것과 별개로, 서로 납득할 조건을 명확히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금액이 크거나 상환 기간이 길수록 계약서가 나중에 얼굴 붉힐 일을 줄여줍니다.
계약서에 거래 금액, 이자율, 상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어서 분쟁 때 근거로 삼을 수 있게 해두세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차용증은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가능하면 확정일자나 공증을 받아둔다
- 이자와 원금은 계좌 이체로 실제 주고받고, 기록을 남긴다
- 무이자라면 원금 2억 1,700만 원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원금 상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이자를 받는다면 원천징수와 종합소득세 신고까지 챙긴다
- 부동산 매수 등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필요한 경우, 가족 차용 사실을 정확히 기재한다
가족 간 돈거래는 신뢰가 바탕이지만, 그 신뢰가 세금 문제로 얼룩지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절차는 지켜두는 게 결국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큰돈이 오갈 예정이라면, 지금 이 서류 한 장이 몇 년 뒤의 골치 아픈 세무조사를 막아준다는 것, 저는 이 말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